| <기획-어학연수>“어학연수는 영어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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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해외연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혹은 그 둘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 우리들. 어학연수가 필수가 되어 버린 현 시점에서 어학연수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놓고 고민 중인 학생들이 많다. 토종 영어강사로 널리 알려진 영어교육 전문가 이보영 씨를 만나 이에 대한 답을 들어 보았다. 글ㆍ사진 한정선 대학생기자(hella85@naver.com)
EBS 라디오 방송의 상큼발랄한 영어선생님. 영어교육사업 ‘EBY0579’의 CEO로, 국내 영어교육 전도사의 대표주자로 수년간 자리매김해 온 이씨는 알려진 대로 유학을 가지 않은 국내파이다. 영어 전문가로서, 토종 영어 강사로서 그는 해외연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이씨는 단번에 해외연수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대학생들에게 ‘꼭 권해 주고 싶을 정도’란다. 해외 어학연수는 실력을 정확히 짚어 볼 수 있는 실전상황에 나를 놓이게 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전에 놓일 기회가 필요해요. 영어를 실전에서 써 봄으로써 나의 영어가 어느 점이 부족한지, 나에게 앞으로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죠.”
어학연수는 24시간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집중적으로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그런 효과를 누릴 순 있겠지만, 그러려면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갈 거예요. 그렇게 해서 영어실력만 높이기보다는, 어학연수를 통해 언어도 배우고 새로운 문화도 접해 보는 쪽을 추천하고 싶어요.” 입사를 위한 토익 점수 따기 등이 영어공부의 목적이라면, 평소 시간을 쪼개어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지만 어학연수는 영어실력 플러스 ‘알파’를 얻는 체험이라는 설명이다.
유학원, 교환학생 등 해외연수의 여러 유형에 대해서 이씨는 자신에게 잘 맞는다면 어떤 방법이든 다 좋다고 말한다. 대신, 앉아서 인터넷만 두드리지 말고 다리품을 팔면서 적극적으로 살아있는 정보를 얻는 데 힘쓰라고 권한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학연수에서 유형이나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냈느냐이다. 이씨는 어학연수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6개월이냐, 1년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영어공부에는 하루에 겨우 2~3시간씩만 투자하며 몇 년씩 해외에 체류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일까요? 일단 해외에 나갔다면 되도록 영어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학교 프로그램이든 지역 봉사활동이든 치열하게 부딪히세요.”
어학연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나가기만 하면 저절로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다. “해외에 나가면 회화실력이 저절로 향상될 것이란 환상은 해외연수 낙오자를 탄생시키는 일등공신이죠. 가령 미국 LA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Tall or short?’란 질문에 ‘tall’을 말해야 하는데, 현지인 발음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톨’ 혹은 ‘탈’이라고 대충 발음해도 종업원은 알아듣고 tall 사이즈를 줘요. 미국 뉴욕의 한복판이라고 한들 종업원이 ‘손님, 그 발음은 톨이 아니라 tall이랍니다’라고 발음을 교정해 주지 않거든요.”
사전 준비 없이는 저절로 영어실력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저 해외에서 지내다 오는 경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발음, 문법 등 기본을 먼저 충분히 익힌 뒤, 해외에서는 ‘과연 이 영어가 내 것이 되었나’를 시험해 보는 장으로 여길 것을 당부했다. 흔히 어학연수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하는 학생을 보면 기초회화(survival English)도 갖추지 못하고 일단 나가고 보자는 식으로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해외의 선생님들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따라서 해외연수를 통해서는 무엇을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현재 실력을 검증하는 시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해외연수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그는 단번에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빈부 격차가 영어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는 ‘English divide’라는 용어는 존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 “그런 용어를 만들면서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잘못이에요. ‘Working holiday’ 등 요즘은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져 찾아 보기 나름이죠. 환경을 탓하며 영어공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에요.”
해외연수를 마친 후 국내에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이씨가 대학생들에게 권하는 방법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 서비스 등의 봉사활동이다. “인사동이나 이태원 거리에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도 좋은 말하기 연습이 될 거예요.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을 위해 영어 과외를 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겠죠.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공부예요. 가르치다 보면 가르침을 받는 사람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게 되어 자연히 실력이 자랍니다.”
<이보영 씨가 전하는 ‘기초영어 정복 3개월 마스터플랜’> 영어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려면 먼저 내 영어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써 본 후 이를 영작한다. 거울을 보고 이 영작문을 연습해 전문가 앞에서 선보인다. 전문가들이 발음, 어순, 문법 등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면 이를 참고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먼저 기초문법을 한 달 반 가량 공부한다. 기초 영어회화를 능숙하게 하는 데 중1 영어교과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것만 확실히 익혀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화는 지장 없이 할 수 있다. 녹음테이프가 들어 있는 책을 하나 정해서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에 각각 5~10분의 시간을 내어 같은 부분을 듣는다. 두 번째 들을 때는 받아적어 보고 세 번째 들을 때는 따라 말하기 연습을 한다. 이렇게 하면 하루 한 시간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다음 날 다시 복습한다면 더 효과적이다.
한 달 반 후부터는 회화를 함께 공부한다. 회화를 연습할 때는 실전상황을 가정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You’re handsome”이란 문장을 연습할 때 영화배우 톰 크루즈에게 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영화나 팝송은 즐겁게 생활영어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교재다. 영화 자막은 대사가 나오기 전 먼저 화면에 뜨는 것이 보통. 한글자막에 “안녕하세요?”가 뜨면 머릿속으로 “Hi”가 나올까 “Hello”가 나올까 미리 짐작해 본다. 영어자막을 이용해서 공부할 때는 우선 자막 없이 보고 나중에 자막을 띄워 한 번 더 본다.
영어공부 하기에 좋은 영화는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평이한 속도의 영화로, 그는 ‘You’ve got mail’이나 ‘My best friend’s wedding’을 추천했다. 또 정확한 발음을 가진 배우들, 산드라 블록, 맥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팝송을 활용할 때는 스토리가 있는 노래가 좋은데, 요즘 팝송은 흥미유발의 기폭제가 되어줄 순 있지만 공부를 목적으로 듣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발음이 정확한 호주가수 air-supply를 추천했다.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 |